주요 이벤트
- 2018년 1월 디자인 학교 간보기 + 문의
- 2018년 5월 면접
- 2018년 6월 합격
- 2019년 6월 퇴사
- 2019년 7월 출국
- 2019년 8월 학기 시작
- 2019년 9월 프론트엔드 개발 독학 시작
- 2020년 1월 ~ 2월 프론트엔드 인턴 구직
- 2020년 3월 귀국
- 2020년 5월 ~ 8월 부트캠프 수강
- 2020년 6월 디자인 학교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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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9월 ~ 2021년 3월 백엔드 개발 인턴
- 2020년 9월 ~ 11월 매거진 리뉴얼 프로젝트
- 2020년 11월 ~ 2021년 3월 매거진 유지보수 + 기존 서비스 개선
2019년 요약
- 유학 결심, 디자인 학교 합격
외국에서 살고 싶었으나 하고 있던 마케팅 경력은 국외에서 써먹기 힘들 것 같았다. 경력을 살려 마케터로 일자리를 구할 수 있을까 생각해봤는데, 그 나라 문화, 언어에 통달한 게 아니면 어렵겠더라. 그래서 문화와 언어에 구애를 덜 받는 디자인이나 개발 쪽으로 전직해야겠다고 어렴풋이 생각했다.
대학생 때부터 포토샵은 곧잘 다뤘기 때문에 개발자가 되는 것보다는 디자이너가 되는 게 빠르겠다고 판단해 디자인 대학원을 알아봤다. 학비가 저렴한 독일, 네덜란드 위주로 알아봤는데 비전공자가 지원할 수 있는 석사 코스는 거의 없었다.
저렴한 학비는 그렇게 포기했고, 대학생 때 1년 살아봤던 스웨덴은 어떤지 알아봤다. 마침 스웨덴 디자인 학교에 다니는 한국인 블로그를 발견했고 잘 다니고 계신 것 같아서 그 학교를 마음속 후보에 추가해두었다. 사실 GMAT, GRE 보기 끔찍해서 대학원은 저 멀찍이 치워뒀었다.
문의나 해보자는 가벼운 마음으로 학교에 메일을 보낸 뒤 답변을 받고 잊고 있었는데, 학생 영입 실적이라도 있는 모양인지 잊을 만 하면 ‘너 아직 관심 있냐’고 메일을 보내왔다. 부담스러워서 답장을 보내는 둥 마는 둥 하다가 미안한 마음에 떠밀리듯이 면접 날짜를 잡았다. 면접 전까지 포트폴리오를 보내야 했기 때문에 몇 주 동안 퇴근 후 새벽까지 포트폴리오 작업에 매달렸다. 등 떠밀려 지원한 것 치고는 몹시 진심인 편.
그렇게 2018년 6월에 합격 통보를 받았다. 2018년 8월에 바로 입학할 수 있었지만, 그간 너무 방탕하게 생활한 나머지 생활비가 심각하게 모자란 수준이라 돈을 더 모으고 가기 위해 2019년 8월에 입학하기로 했다. 이 유학은 본의 아니게 장기 프로젝트가 되었다.
- 퇴사하고 출국
그렇게 1년 죽어라 돈을 모으고 2019년 5월(행정적으로는 6월) 퇴사했다. 가장 오래 다닌 회사기도 했고 함께 일한 동료가 좋아서 후련한 마음 전혀 없이 아쉽기만 했다. 내가 내 복을 걷어차는 건 아닌가 걱정도 컸고.
퇴사하고 신변정리를 하는 사이 조카가 태어나 다행히 얼굴은 보고 갈 수 있었다.
- 학기 시작, 개발과 첫 만남
유학을 결심하기 전부터도 꾸준히 전화 영어를 했는데, 사실 그렇게 진심으로 열심히 하지 않아 학교생활 내내 영어로 고전했다. 그리고 비싼 등록금 대비 학교에서 제공하는 것이 너무 없어서 이 학교를 별로 추천하고 싶진 않다. 단지 현지에 정착하기 위한 기회 끄트머리쯤으로 생각하면 마음이 편했을까. 크게 기대한 만큼 크게 실망했다.
학교 운영이 어설프다 해도 내 목숨은 부지해야 했기에 프론트엔드 개발 독학을 시작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UX/UI 디자이너로 취업할 생각이었지만 스웨덴어를 할 줄 아는 학생과 비교했을 때 다른 강점이 있어야 했다. 아무 차별점도 없는데 스웨덴어까지 못하면 나를 뽑을 이유가 하나도 없지.
그렇게 시작한 개발이 의외로 재미있었고, 어차피 디자인이든 개발이든 0부터 배워야 한다면 개발을 깊게 파보기로 했다. 직접 해보지 않으면 평생 미련 뚝뚝 흘리고 살 걸 알기 때문에 빠르게 개발자로 노선을 바꿨다. 그때부터 갖은 개발자 컨퍼런스, 모임은 다 쫓아다니기 시작했다.
영어도 못해, 낯도 가려(지독하게 낯 가리는 ENFP), 사실은 개발 할줄도 몰라, 과에서 개발자 하겠다는 사람은 나뿐이라서 학교에 뭘 물어보기도 어려워… 쉽지는 않았지만 그 와중에도 학교 수업 + 개발 강의 + 포트폴리오 사이트 코딩을 꾸역꾸역 해나갔다.
2020년 요약
- 귀국, 부트캠프
프론트엔드 개발 인턴으로 지원서를 몇 개 넣으면서 실력이 너무 부족하다는 것만 절감했다. 비자 만료일은 다가오는데 달랑 3개월 파트타임으로 공부한, 인턴 수준도 안 되는 실력으로 비벼보려니 내가 생각해도 안 되겠다 싶었다. 일주일 정도 숙고하다 귀국해서 제대로 개발 공부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즉시 비행기 티켓을 끊고 살던 집을 정리했다. 생각은 깊게, 결심은 빠르게.
모아둔 돈은 이미 동나서 최대한 빨리 취업해야 했다. 적은 돈이 아니기에 다른 곳과 비교해보고 결정했으면 더 좋았겠지만 시간이 곧 돈이라 가장 개강이 빠르면서 가장 단기간인 부트캠프에 등록했다. 국비나 독학으로 취업한 경우도 많지만 혼자 공부하면 나태해지는 망할 습성 때문에 거액을 내고 뒤주에 들어가길 자처했다.
프론트엔드 독학을 조금이나마 했지만 백엔드도 해보고 판단해야 후회하지 않을 것이므로 파이썬 강의도 들어봤다. 웬걸. 자바스크립트 vs. 파이썬에서 파이썬 완승. 그렇게 백엔드 개발로 정했다.
- (인턴) 개발자 되다
부트캠프 수료 2주 후 인턴 서버 개발자 자리를 구했다. 아직도 얼떨떨하지만 입사하자마자 개별 프로젝트를 맡았다. 백번 말해도 모자랄 만큼 정말 좋은 경험이었다. 하나부터 열까지 직접 쌓아 올린 코드가 지금도 잘 돌아가고 있어서 행복하다.
개별 프로젝트에 이어서 기존 서비스 파트에 들어가 유지/보수 및 개선 작업을 했다. 어드민 툴 개선부터 서비스 버그 픽스, 기능 추가 등 혼자 공부할 때와는 차원이 다른 경험치를 쌓을 수 있었다. 아직 개발자라 하기엔 머쓱한 실력과 경력이지만 개발자 하겠다고 이리저리 들쑤시고 다녔던 그때 나를 칭찬하고 싶다.
- 앞으로
나이 먹는다는 것과 죽음을 떠올리면 요즘 부쩍 생각이 깊어진다. 어떻게 살아야 관짝에 누웠을 때 후회하지 않을까? 역시 답은 직접 해보는 것이다. 앞으로도 궁금하거나 해보고 싶은 일이 있으면 다 해보면서 살 것이다.